[문장으로 읽는 책] 돌봄이 돌보는 세계
물이나 산소처럼 돌봄 역시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이토록 저평가된 배경에는 생산노동과 재생산노동을 분리하고 재생산노동을 여성에게 떠넘겨 온 역사의 흐름이 있었다. 근대적 인간관과 독립성의 강조에서 인간의 의존은 벗어나거나 극복해야 할 숙제로 여겨졌다. 성장 및 개발중심사회는 무한히 노동할 수 있는 몸을 추앙하면서, 적극적으로 의존하는 몸을 쓸모없는 몸으로 규정해 왔다. 돌봄 노동을 저임금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평가가 필수적이다. 조한진희 외 『돌봄이 돌보는 세계』 그 결과 돌봄은 빈곤층 여성에게 저임금으로 외주화됐다. 나만 해도 그렇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다른 여성에게 맡겼다. 월급은 ‘이모님’ 통장행이었다. 남의 손으로 아이를 키웠다는 죄책감도 컸다. 육아와 간병 같은 ‘여자들의 일’이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것’으로 폄훼되면서 전통적 성 역할을 거부하는 여성이 날로 늘고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누군가를 돌보는 일만큼 소중한 일이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돌봄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되고 있지만 “나이 든 부모, 어린 자녀,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이들을 돌보는 노동으로부터 탈주하고 싶은 욕망”은 여전하다. “그러니까 나는 하기 싫고, 누군가 저비용으로 알아서 해주었으면 하는 일, 그것이 돌봄이 처해 있는 정직한 현실 아닐까? …인간은 돌보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확장되고 타인에 대한 연민과 연대감이 깊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돌봄의 기쁨이 복원되는 사회가 돌봄이 살아 있는 사회일 것이다.” 열 가지 키워드로 돌봄 이슈를 정리했다. 문장으로 읽는 책 세계 빈곤층 여성 근대적 인간관 자녀 질병